사랑하는 바른믿음교회 성도 여러분, 한 주간의 절반을 지나 수요일 저녁, 이렇게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드릴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헌신했던 바로 그 순간 직후에, 오히려 마음이 텅 비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 말입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 오래 버텨왔는데 더는 힘이 없다는 느낌.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혼자인 것 같고, 하나님조차 멀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엘리야가 바로 그런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엘리야를 어떻게 만나 주셨는지, 오늘 저녁 우리 함께 그 말씀 앞에 서 보겠습니다.
열왕기상 18장에서 엘리야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경험합니다. 갈멜산에서 바알의 선지자 850명과 홀로 맞서 싸워 하나님의 불이 내려오는 놀라운 역사를 목격했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를 외치며 무릎을 꿇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인간적으로 보자면 최고의 승리,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이세벨 왕비로부터 협박 편지 한 통이 날아옵니다. 850명을 홀로 이긴 그 담대한 선지자가, 여자 한 명의 협박 앞에 무너지고 맙니다.
"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이제 충분합니다, 더는 못하겠습니다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선지자, 850명과 싸워 이긴 사람이 로뎀나무 아래 혼자 앉아서 죽고 싶다고 울부짖고 있는 겁니다.
이 장면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신앙생활 오래 했다고, 교회 봉사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감당해온 사람일수록 어느 순간 이 로뎀나무 아래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엘리야의 탈진에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두려움이었습니다. 이세벨의 협박 앞에 갑자기 모든 용기가 사라졌습니다. 고독감이었습니다. 오직 나만 남았거늘. 자기 비하였습니다.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이 세 가지는 사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속으로 품고 있는 감정들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 자리에서 엘리야를 만나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처음 하신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설교도 권면도 책망도 아니었습니다.
"로뎀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하나님은 엘리야가 쓰러진 그 자리에 천사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천사는 그를 어루만졌습니다. 흔들어 깨운 것이 아니라, 어루만졌습니다. 그리고 먹을 것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숯불에 구운 따뜻한 떡과 시원한 물 한 병. 이것이 하나님의 첫 번째 응답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가져다주신 어머니의 손길 하나가,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깊이 마음에 닿았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바로 그런 분이셨습니다. 지친 사람에게 먼저 말씀보다 밥을 주시는 하나님, 먼저 따뜻하게 어루만지시는 하나님. 이분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셔서 지친 자들을 먼저 어루만지셨습니다. 병든 자, 귀신 들린 자,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까이 부르셨습니다. 말씀보다 먼저 그들의 손을 잡으시고, 그들 곁에 앉으셨습니다.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를 만나주신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탈진과 죄와 두려움을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오늘도 우리를 그렇게 만나 주고 계십니다.
천사는 다시 와서 엘리야를 어루만지며 말합니다. 일어나서 먹으라, 네가 갈 길이 멀다. 이 한 마디 안에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너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있다.
엘리야는 사십 일을 걸어 호렙산에 이릅니다. 굴 속에 숨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이 임합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이 질문은 책망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미 그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이것은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내가 여기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음성입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크고 강한 바람을 보내셨고, 지진을, 불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가운데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하나님은 바로 그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신앙이 식어갔던 시절, 대단한 부흥집회에서가 아니라, 어느 평범한 수요예배 저녁, 목사님의 설교 중에 들려온 말씀 한 마디가 자신의 굳어진 마음을 녹였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아무도 그 순간을 몰랐지만, 그분은 그날 하나님의 세미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렇게, 바로 오늘 저녁 이 자리에서도 찾아오십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다시 사명을 주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도 덧붙이십니다.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겨 두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그 입으로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
엘리야는 나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칠천 명이 있다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자리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하나님은 이미 당신의 사람들을 붙들고 계십니다.
혹시 이제 내 인생의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너무 늦은 것 같다고. 그러나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일어나라, 가라, 아직 네 할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엘리야의 가장 중요한 사역 가운데 하나인 엘리사를 세우는 일은, 바로 이 탈진의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가 지쳤다고 여기는 바로 그 다음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말씀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지쳐 쓰러진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한 가지 결단을 드리십시오. 내가 포기했던 기도를, 내가 내려놓았던 믿음의 자리를, 다시 한번 하나님 앞에 내어 드리는 겁니다. 로뎀나무 아래 쓰러진 엘리야를 일으키신 그 하나님이 오늘 여러분을 일으키실 겁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탈진과 죄와 절망을 담당하시고, 부활로 새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은혜 위에 오늘 우리가 다시 일어섭니다. 지쳐도 괜찮습니다. 쓰러져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그 자리에 찾아오셔서 우리를 어루만지시고, 먹이시고, 다시 일으켜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 오늘 저녁 이 말씀 앞에 서서 저희의 연약함을 고백합니다.
우리도 엘리야처럼 지쳐 쓰러질 때가 있었습니다. 나만 남았다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때도 우리 곁에 계셨음을 오늘 다시 깨닫습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다시 일으켜 주시옵소서.
세미한 소리로 찾아오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열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